
아이 손을 잡고 극장에 들어서면서 "이거 재밌을까?" 반신반의했던 분, 저도 딱 그랬습니다. 첫째 아이와 함께 《위키드》 1편을 관람했는데, 화면이 열리자마자 아이 눈이 동그래지는 걸 보며 '아, 잘 선택했다' 싶었습니다. 이제 파트2 개봉이 코앞인 만큼, 1편 내용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극장에서 맥락을 잃을 수 있습니다. 특히 두 편으로 나뉜 구성상, 파트1의 서사적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관람 만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줄거리를 알아야 파트2가 보인다
《위키드》는 뮤지컬 원작을 기반으로 한 팬터지 뮤지컬 영화입니다. 여기서 팬터지 뮤지컬 영화란, 허구의 세계관 위에서 극의 감정을 음악 넘버(number)로 전달하는 방식의 장르를 말합니다. 뮤지컬에서 '넘버'란 스토리 전개와 감정선을 동시에 담아내는 노래 장면 단위인데, 《위키드》는 이 넘버들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서 극장 관람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엘파바는 어머니의 불륜으로 인해 녹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고, 아버지를 포함한 주변 사람 모두에게 평생 차별을 받습니다. 녹색 피부는 물에 닿으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원작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엘파바에게 물을 뿌리는 결정적 장면의 배경이 됩니다. 저는 이 설정을 알고 나서 "아, 그 장면이 그냥 우연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원작 동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을 정도였습니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는 하반신 마비로 태어나는데, 이는 어머니가 녹색 피부의 재현을 막으려 복용한 약물의 부작용이라는 설정이 원작 소설에 등장합니다. 영화는 소설보다 훨씬 가볍고 따뜻한 방향으로 스토리를 풀었지만, 이런 배경을 알고 있으면 인물들의 관계가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소설은 뮤지컬·영화와 달리 성인용 서사로 구성되어 있어 어두운 설정이 많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파트1에서 꼭 기억해야 할 서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엘파바의 녹색 피부는 불륜에서 비롯된 것이고, 물에 닿으면 고통을 느낀다
- 동생 네사로즈는 하반신 마비로 어머니의 유품인 구두를 물려받는다(훗날 '루비 슬리퍼'의 원형)
- 학장 모리불은 동물 탄압의 배후이며, 엘파바를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
- 오즈의 마법사는 실체가 없는 가짜 권력자이며, 엘파바는 이를 깨닫고 체제에 맞선다
- 파트1의 마지막 넘버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는 글린다와 엘파바의 결별을 상징한다
이 다섯 가지 포인트를 숙지하고 파트2 극장에 들어서는 것과, 그냥 들어서는 것은 체감 상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파트1을 보기 전에 뮤지컬 원작의 유명 넘버들을 미리 들어두었을 때 영화 몰입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엘파바와 뮤지컬이 담은 메시지
《위키드》를 단순한 판타지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이 작품이 사회적 낙인(stigma)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낙인이란, 어떤 특성이나 배경을 이유로 개인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엘파바는 녹색 피부 하나만으로 평생 '악녀'라는 프레임에 갇히고, 오즈 마법사와 학장 모리불이라는 권력 구조는 그 낙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글린다 역을 맡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에 대해서는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뮤지컬을 먼저 접한 분들은 브로드웨이 캐릭터와 비교하며 다소 아쉽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고, 영화를 먼저 본 분들은 글린다의 발랄함이 잘 살아났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에 가까운데, 특히 아이가 글린다 캐릭터를 보며 "엄마, 쟤 좀 이기적이다"라고 속삭였을 때, 이 영화가 아이에게도 인물을 분석하는 눈을 키워주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브로드웨이(Broadway) 뮤지컬로서의 《위키드》는 2003년 초연 이후 20년 넘게 롱런하며 흥행 기록을 이어온 작품입니다. 브로드웨이란 미국 뉴욕의 대형 상업 뮤지컬 공연가를 통칭하는 말로, 여기서의 흥행은 곧 작품의 대중성과 완성도를 입증하는 지표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역대 흥행 수입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출처: 브로드웨이 리그).
영화 버전은 뮤지컬의 스토리라인을 충실히 따르되, 시각적 스펙터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스펙터클(spectacle)이란 시각적 압도감을 통해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연출 방식으로, 대형 세트와 CGI를 결합한 에메랄드 시티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이 장면에서 아이가 저의 팔을 꽉 붙잡으며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는데, 그 순간이 개인적으로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파트1이 도입부와 전개 중반에서 끝나버린다는 구성 자체입니다. 이를 두고 "굳이 두 편으로 나눌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견도 있고, "이 분량을 한 편에 담으면 오히려 감동이 희석된다"는 시각도 공존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파트1 마지막 넘버 '디파잉 그래비티'의 감정적 여운을 온전히 살리려면 이 구분이 맞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만 관람 직후 아이와 "다음에 어떻게 돼?"를 주고받으며 극장을 나왔을 때의 그 아쉬움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뮤지컬 영화의 장르적 특성상 음향 환경이 관람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와 같은 입체 음향 시스템이 갖춰진 상영관에서 보는 것을 권장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돌비 애트모스란 천장과 측면 스피커까지 활용해 소리를 360도 방향에서 재현하는 기술로, 뮤지컬 넘버의 현장감을 극장에서 가장 가깝게 구현해줍니다. 뮤지컬 영화 관람 시 상영관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뮤지컬 영화 장르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IP(지식재산권) 기반의 대형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출처: 박스오피스 모조).
파트2에서는 도로시의 등장과 함께 서쪽 마녀로 낙인찍힌 엘파바의 이야기가 빠르게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파트1에서 쌓아온 인물들의 감정선과 서사적 복선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특히 글린다와 엘파바의 관계가 결말에서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파트1을 아직 못 보신 분이라면, 파트2 관람 전에 꼭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두 편 모두 극장에서 보겠다고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볼 때 그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두 편의 이야기가 완결되었을 때 아이와 나눌 대화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